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E Bella, Life Is Beautiful)
2016. 4. 13. 재개봉, 1999. 3. 6. 개봉 /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대전 CGV에서 진행중인 봄날 영화제 :)
봄날 영화제에 선정된 영화 중많은 분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인생은 아름다워'
다음주 전국 재개봉 예정인가본데 한 주 앞선 오늘 보고 왔어요
이번주 첫 개봉 예정인 트럼보와 나란히 놓여 있는 대형 홍보포스터
재개봉 포스터 이미지
아쉽게도 극장내에 포스터는 따로 비치된 게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른편의 남편 귀도(=로베르토 베니니)와 왼편의 아내 도라(=니콜레타 브라스치), 그들의 아이 조슈아
세 명의 단란한 한 때가 포스터로 선택되었네요 ㅜ
워낙 유명한 고전명작이다보니, 내용을 거의 아실거라 생각하지만
저처럼 몰랐던 명작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한리뷰 :)
*
귀도는 그의 친구 페루치오와 함께차를탄 채 신나게노래를부르고, 유쾌하게떠들며 탁 트인 아름다운 길을 달립니다
장난섞인 농담을 주고 받던 두 친구는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것을 알게 되고, 차를 멈추려 하지만 차는 말을 듣질 않죠
그들의 차는 들판의 내리막길을 향해 달리기도 하고,국왕을 태운 차로 오인받아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도 받으며 ㅎㅎ
한 소녀가 서있는 농가 앞에서 멈춰서게 됩니다
젖소를 돌보고 있던 소녀는 갑자기 나타난 귀도를 보며 깜짝 놀라지만 귀도는 넉살좋게 자신은 이 영지를 모두소유한 '왕자님'이고 '공주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하죠
소녀에게 웃음을 주고는 공주님을 만나러가야 해서 이만 가봐야겠다고 돌아서려는 찰나
하늘에서 떨어진 그녀, 도라
벌집을 태우려다 벌에게 쏘여 놀란 도라는 창가로 뒷걸음질치다가 아래로 떨어졌고, 엉겁결에 그런 도라를 받아들게 된 귀도는 씩 웃으며 말하죠
"안녕하세요. 공주님!"
도라가 다리에 벌에 쏘인 것을 알고는 곧바로 입을 대고 독을 빨아내는 귀도의 행동에 도라는 몹시 놀라지만 이내 괜찮다며 미소짓습니다
도라를 구해준 답례로 농장의 달걀 6개를 얻어 다시 친구가 기다리는 차에 탄 귀도
귀도는 도시에 있는 삼촌의 집에서 친구 페루치오와 함께 신세를 지게 되는데, 그는 도시에 서점을 내고 정착하려 하지만
도라에게 얻었던 달걀로 인해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그는 관리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혀 서점을 운영할 허가를 얻지 못하고, 웨이터인 삼촌밑에서 일하게 되죠
일을 마치고 돌아온페루치오가 눕자마자 잠이들자 정말 경이롭다며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금세 잠들 수 있냐고 귀도가 깨워서묻자
페루치오는 쇼펜하우어가'의지만 있으면 뭐든원하는 대로 된다'고 했다며 자신은 지금 잠들기를 바란거라며 으쓱하죠
그 때부터 귀도는 원하는 것이 생기면바라보며 주문을 거는 버릇이 생깁니다
귀도는여러번 학교 선생님인'도라'와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그때마다 "안녕하세요! 공주님"하고 활기차게 인사하는 귀도
특유의 관찰력과 익살스러움을 무기로 도라에게 다가가는 귀도와
정해진 약혼자가 있지만유쾌함 속에 순박함과 진정성을 가진귀도에게 자꾸만 마음이 끌리는 도라
약혼자와 함께 극장에 오페라를 보러 간 날, 도라는 친구의 차(도라약혼자의 차와 차종이 똑같아서 도라가 약혼자의 차인줄 알고 탐ㅋ)를 빌린 귀도와 유쾌한 저녁시간을 함께 하게 됩니다
절절히 사랑을 고백하는 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도라
이후 귀도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성대하게 열린 도라의결혼 공표 파티
도라와 약혼자 앞에 놓여진 커다란 케이크에 "안녕하세요! 공주님"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한 도라는반가워하며귀도의 모습을 찾습니다
귀도는 도라에게 정해진 약혼자가 있으며 그 약혼자가 자신에게 서점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는 관리임을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이고
도라는 자신의 약혼자가 나치즘이 물씬 풍기는저급한 수학문제풀이에 장단을 맞추며 웃는 것을 보고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때마침 도라가 있는 테이블 끝쪽에서 들고 있던 요리를 쏟아버린 귀도를 발견한 도라는 몰래 테이블보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허리를 굽혀 열심히 음식을 주워담던 귀도와 눈이 마주치죠
"나를 여기서 데리고 멀리 떠나줘요" 달콤한 키스와 함께 속삭인 도라가 다시 아무렇지 않은체 테이블보에서 나와 의자에 앉고, 귀도는 위풍당당하게 삼촌의 말을 타고 레스토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공주님'에게 손을 내밀자 도라는 테이블을 밟고 귀도가 탄 말에 올라타 두 사람은 유유히 레스토랑을 떠나죠
*귀도가 타고 온 삼촌의 말에는 '유대인 꺼져', 해골모양 등의 낙서가 되어 있고 털이 깎인채 몸통이 녹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분 귀도와 페루치오가 도착했을때도 삼촌의 집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귀중품을 망가뜨리고 도망나가는 것이 나왔었죠
유대인들에 대한 탄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후반부의 비극에 대한 암시가 사실 처음부터 나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귀도와 도라는 결혼하고, 그들 사이에서는 귀여운 아들 조슈아도 태어났습니다
수업에 늦은 아내와 아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신나게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귀도
너무나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지만, 이미 거리는 독일군들로 즐비하고 여러 상점에서는 '유대인과 개는 출입금지'라고 써붙였습니다
조슈아가 왜 (우리) 유대인은 금지냐고 묻자 사람들은 누구나 괜히 싫은게 있는 법이라며
저쪽에 가면 스페인 사람과 캥거루가 금지고 윗동네엔 중국인이 출입금지라고 아들이 상처받지 않도록거짓말하는 귀도
우리도 내일부터 하나 붙여놓자며 명랑하게 조슈아를 보며 자신의 서점에 들어간 귀도는 독일군에게 또 끌려가 몇 시간이나 조사를 받고 돌아옵니다
그 사이 혼자 서점을 지키던 조슈아는 처음으로 자신의 외할머니가 자신의 다섯번째 생일인 내일 집에 올거라는 얘기를듣게 되죠
화려한 케이크와 맛있는 과자들이 가득한 집, 도라는 어머니(조슈아의 외할머니)를 모시러 가기전 조슈아를 목욕시키려 하지만, 조슈아는 한사코 거부하며 캐비넷에 숨습니다
그런 아들의 편을 들어주며 위트있게 상황을 마무리한 귀도 덕에, 도라는 화내지 않고 웃는 얼굴로 집을 나서죠
하지만 도라가 어머니를 모시고 집에 돌아왔을때, 삼촌과 귀도, 조슈아는 이미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버렸고
도라는자신은 유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따라 유대인 수용소로 향합니다
불안해하는 아들 조슈아를 안심시키려 귀도는 이 모든게 미리 예약해놓은 여행이고, 하나의 '놀이'라고 말합니다
독일 장교가 독일어 아는 사람이 있냐며 생활 수칙을 설명할때 귀도는 독일어를 전혀 모르면서 냉큼 손을 들고 자원합니다
"울어도 감점된다! 배고프다고 먹을걸 달라고 해도 감점된다!!"
아들을 위해 무시무시한 규칙들과 살해 협박을 익살스러운 놀이처럼 번역해 들려주는 귀도
귀도는힘들고 지치는 수용소 생활 와중에도 조슈아를 기쁘게 해주려 늘 우리가 지금 1등이고, 게임을 잘하고 있다고 믿도록 유쾌한 모습을 보입니다
독일군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방송실에 들어가 "안녕하세요! 공주님!!"하고 도라를 향한 애타는 마음도 전하죠
귀도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기지로 조슈아는 수용소 안이 정말로 거대한 게임장이며, 이 곳에서 먼저 1,000점을 따면 1등 상품으로 움직이는 탱크를 준다는 것을 믿게 되죠
남녀가 분리되어 고된 노동에 동원되는 수용소 안의 하루
도라의얼굴조차볼 수없고, 삼촌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 가스실로 끌려가 죽임을 당합니다..
노동을 할 수 있는 성인이 아닌 아이들을 '샤워'를 시켜준다며 속여가스실로 보내지만 유난히 목욕하는 것을 싫어했던 조슈아는 몰래 대열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죠
여러차례 아슬아슬하게 조슈아가 해를 당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귀도
그는 한가닥 기대를 품고 자신이 웨이터로 있던 시절 많은 수수께끼를 주고 받으며 친분을 쌓았던자가 독일군의 높은 장교임을 알고접근하고, 독일군의 파티에 웨이터로 참석하게 되지만
귀도는 장교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수용소 안에서의 자신와가족의 안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수수께끼를 못풀어서 며칠째 잠도 못잔다며 답을 알려달라고 할때 진짜 육성으로 욕할뻔..)
귀도는 그 독일군의 파티에서도라와 함께 들었던 극장에서의 오페라 곡을 틀어 창가로 잘 들리게 돌려놓고
어두운 밤하늘, 수용소를 타고 흐르는 선율에 도라는 창문을 열고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죠
얼마 후, 수용소 창문을 넘어 들리는 총소리에 귀도는 조슈아와 함께 이 곳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독일군이 패전의 기색이 짙어지자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전부 학살해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치려 하고있었던 것
귀도는 조슈아를 우편함 같이 생긴 캐비닛 안에 들어가라고 말하고, 단단히 주의를 줍니다
"조슈아. 너만 빼고 전부 들켜서 탈락했어. 봐라, 다들 너를 찾으려고 난리가 났구나. 아주 화가 났어."
조슈아 외의 게임에 참여한 아이는 모두 탈락했다며, 귀도는 조슈아가 1등이라며 활기차게 말합니다
이제 이 안에 숨어서 모든 사람들이 떠날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그럼 조슈아를 위한 탱크가 선물로 나타날 거라고
절대로 들켜서는 안된다고 말이죠
조슈아를 잘 숨겨둔 귀도는 아들의 가디건과 담요로 여자인척 위장하고 애타게 도라를 찾습니다
그러다가 무장한 독일군에게 들킨 귀도는 건물 뒤로 끌려가 총살을 당하게 될 운명에 처하는데..
캐비닛에 난 구멍으로 조슈아가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귀도는 죽으러 가는 발걸음조차도 쾌활하고 장난끼어린 모습으로 걷습니다
조슈아를 향해 윙크를 하고는 재미난 인형병정 걸음처럼 척- 척- 유쾌하게 걸어가는 귀도
*ㅠ_ ㅠ 아 진짜 폭풍 눈물 ㅠ 이 장면에서 많이들 우셨을거 같아요 ㅠ ㅠ..*
언제나처럼 밝고 신나는 모습의 아빠를 보며 안심한 조슈아도 찡긋 윙크를 하며 웃습니다
어두운 건물뒷편에서 귀도는 독일군의 총에 쓰러지고...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조슈아는 귀도와 한 약속대로
다음날 아침이 되어 모든 독일군이 떠나고살아남은 유대인들이 떠날때까지도 침착하게 기다립니다
수용소에 있는 모든 사람이 떠나고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조심조심 문을 열고 나온 조슈아
그런 조슈아의 앞에 기적처럼, 연합군이 몰고 온 탱크가 멈춰섭니다
"와! 진짜였어!!!"
탱크를 몰던 미군은 감격해있는 조슈아를 탱크에 태워주고 아무것도 모른채신난 조슈아
탱크 위에서조슈아는수용소에서 살아남아 걸어가는 무리중에서 자신의 엄마 도라를 발견하곤 곧장 그리로 뛰어갑니다
얼굴에 어떤 그늘도 드리우지 않은 조슈아가 해맑게 외치죠
"엄마! 우리가 이겼어요!"
그리고 영화는 성인이 된 조슈아의 나레이션과 함께 끝납니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며, 나의 아버지가 한 희생에 대한 이야기라고.그것(자신의 삶)은 아버지가 주신 귀한 선물이었다고
*
1. 사실 이 영화는 첫부분도 성인이 된 조슈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해요!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었는지는 기억력이 붕어라서 ㅠ 모르겠지만..
끝나고나서야 아. 처음에도 나왔던 목소리가 아.. 성인이 된 조슈아였구나 이러면서 놀랐었죠
그렇게본다면 영화의 제목인 '인생은 아름다워'가 반드시 역설의 의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당시 홀로코스트의 상황과 귀도 가족이 처한 '상황'과는 역설되는 제목이지만,
귀도의 아들인 조슈아에게만 집중해 본다면그 시간들도 아버지가 선물해준 재미있는 놀이 같은 시간이었죠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이 아름답다는 걸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아버지의 눈물겨운 희생과 노력
그렇기에 어린아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대신 탱크를 받기 위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그 시간은 아이인 조슈아에게아름답게 기억되었습니다
그리고기적처럼 조슈아의 앞에 연합군의 탱크가 나타났을때, 마치천국에서 귀도가 아들의 순수한 동심을 지키기 위해마지막 선물로 보내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2. 안녕하세요, 공주님!
끝까지 아들인 조슈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내를 찾아나서는 귀도의 모습도 정말 감동적이었고
그 이전에 귀도와 아들을 따라 유대인 수용소로 함께 가는 도라의 모습도 너무나 멋지고 감동적이었어요
귀도와 도라 모두 멋진 사람들이어서, 조슈아가 순수하고 천진난만해서 더욱 더 가슴아팠던 ㅠ
3. 이 영화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는 사람들의 평을 보고 에이, 설마 했었는데
정말이네요 ㅜ_ 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 OST가 흐를 때 펑펑 눈물 콧물 다 쏟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 ㅠ
4.간략히 귀도와 도라를 중심으로 적다보니 소소하게 재미있는 처음 부분의 에피소드를 거의 못적었어요
초반부에는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와요!도라네 학교로 가서 장학사 행세를 하는 귀도라든가, 극장에서 친구 차를 빌려서 친구가 하지말라는 짓은 다하는 귀도라든가
스토리의 개연성도 굿굿!
-초반부터 삼촌네 집에 강도 비슷한게 드는 장면이 나오고, 그 다음 말을 테러하는게 나오고, 결혼 후 길거리에 군인들이 깔리고, 수용소로 끌려가고 이런식의 서사적 흐름은 당연하고
-귀도의 친구 페루치오가 알려준 빠른 취침의 비법 :믿는대로 되는 것 ← 이걸 배운 귀도가 여러번 주문을 거는 장면이 중간중간 나옵니다
오페라를 보고 있는 도라를 향해 이쪽을 쳐다보라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자 정말로 도라가 귀도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마지막부분에서 조슈아가 숨어 있는 캐비닛을 향해 계속 짖는 군견을 향해 주문을 외우자 군견을 데리고 있던 독일군들이 그 장소를 떠나죠
이런식으로 필요없는 장면이 전혀 없어요! 독일군 장교(교수님인줄 알았던)와의 만남도 이유가 다 있었고요
5. 초중반부가 너무 행복하고 유쾌해서 후반부 그들에게 닥친 불행이 더욱 가슴아프게 느껴지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런 영화를 이제서야 알다니 슬프고, 이제라도 알아서 또 한편으론 기쁩니다 :) 또 하나의 인생영화가 되었네요 !
어쩐지 리뷰를 마치는 이 시점에서 화가 프리다칼로의 작품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